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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팠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온 몸이 너무 아팠다. 다행히도 수업이 없는 날이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운 채로 진땀을 흘렸다. 송곳으로 마디마디를 쑤시는 것처럼 등이 욱신거렸고, 사포를 대고 비벼대는 것처럼 목구멍이 화끈거렸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책 한권을 머리 맡에 놓은 채, 읽다가 자다가 읽다가 자다가를 반복했다. 시간이 참 묘하게 흘렀다. 한 챕터를 읽고 눈을 감고, 또 한 챕터를 읽고 눈을 감고. 눈을 떴을 때마다 확인해본 시간은 2시 30분. 3시 30분. 4시 30분. 꼭 한 시간 간격이었다. 꿈 속에 있는것인지 꿈 밖에 있는 것인지 헷갈렸다. 책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뒤섞였고, 영어와 한국어가 뒤엉켰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그런 생각을 해보았겠지만, 나 역시 내가 죽는다면 언제, 누가 나를 가장 먼저 발견할 것인가를 잠시 상상해보았다. 외국에서 혼자 살고 있으니 일찍 발견될 확률은 낮군. 게다가 전화번호를 최근에 바꾼 다음 아직 알리지 않은 사람이 더욱 많으니, 이를 어째. 나는 진땀을 흘리며 통탄을 하다 A양과 N군 중 한 사람이 최초의 발견자가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오후가 지나갔고 밤이 찾아왔다. 허기가 졌지만 밥을 차리기는 커녕, 손가락을 움직일 기운도 없었다. 나는 네 발로 엉금엉금 부엌에 기어가 식빵과 Advil PM을 들고 돌아왔다. 나는 참대에 누워 식빵을 목구멍에 쑤셔넣은 다음 파란 알약을 두 개 삼켰다. 아프면 서럽다더니. 어느새 아픔 그 자체보다는 "혼자 아픈 데다가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가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었다. 다행히 약 기운이 순식간에 엄습했고, 나는 꼴깍 잠이 들었다. 눈을 뜬 것은 놀랍게도 아침 7시였다. 그건 아마도, 마감의 본능 때문이었을 것이다. 에세이 초고 마감이 오후에 잡혀있는데, 나는 단 한 자도 써놓은 것이 없었다. 나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며 "그냥 재낄까.."를 생각하다가 온 힘을 다해 기합을 넣고 벌떡 일어났다. 통증은 여전히 참을 수 없이 강렬했다. 나는 커피를 내린 뒤, 책상 앞에 앉았다. 이상하게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좀 안심이 됐다. 어쨌거나 죽지 않았어. 그리고 글을 쓰고 있잖아. 나는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살짝 축인 뒤, 손가락을 움직였다. 탁탁탁. 경쾌한 타자 소리가 찌릿한 통증과 함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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