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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A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나에겐 logic이 가장 쉬워", 라고 말하는 철학도를 친구로 둔 탓으로 어느날 불현듯 그 logic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다. 서점에서 입문서를 하나 샀고, 식탁에 앉아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딸깍, 스위치를 올린 것처럼 다른 세상에 빠져들었다. 재밌다는 것을 미처 의식할 시간조차 없을 만큼, 재미가 있었다. 벌떡 일어나 노트를 가져다가 수식을 그리고 퍼즐을 풀어가며 책을 읽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새벽 3시였다. 그러니까, 그 사이 6시간이 흘러가버린 것이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걸 언제나 모종의 노동으로, 부담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건 배움이 강요될 뿐 아니라 그것의 성과가 수치화되고 평가되는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내재된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무언가는 언제나 좀 두렵고 위압적인 존재였으며, 나의 무지는 담요로 덮어두어야 할 치부였다. 이를테면 나는 등반을 두려워하는 등반가였다. 눈 앞에 있는 그것을 밟고 올라타서 정상에 올라야 할,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동시에 그 것이 녹록치 않은 도전이라는 것을 알고 금세 등을 돌려버리는 어리석음. 그때 나는 굳이 정상에 깃을 꼿지 않아도, 숲을 걸으며 산책을 하는 것이 이미 (혹은 더욱) 아름답고 즐거운 것임을 알지 못했다. 뉴욕에서의 삶이 나에게 선사한 가장 큰 사치는 바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공백, 공백이 주는 순수한 기쁨, 그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만끽할 수 있는 시선과 여유. 요즘 나는 걸음마를 배우듯이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하고 위태롭지만, 그 만큼의 설렘과 흥분에 사로잡힌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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